유럽 배낭여행과 카지노에서 한여름밤의 꿈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리무진 안.
"기사님, 바르셀로나 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7시간 정도 소요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확들었습니다. 원래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이동 하려했는데,
리무진으로 7시간 걸린다니 너무 힘들것 같더군요.
혼자 타고가다보니 심심할것도같고... 일단 급한데로 니스 공항으로 가자고했습니다.
여름 성수기라 비행기표가 없더군요.
한참을 여러 항공사 데스크를 오가던중 다음날 빈좌석 하나를 찾았고, 바로 예약했습니다.
하루쯤 깐느나 니스 해변에서 클럽이라도 가볼 요량이었어서, 차라리 잘됐다 싶었습니다.
리무진을 돌려보내고 다른 호텔에 체크인 해볼려고했는데, 어딜가도 만실이더군요.
하는수 없이 몬테카를로로 돌아와서 주디를 불러달라했습니다.
잔뜩 실망한 표정의 주디(카지노매니저)가 왔습니다.
"왜 돌아온거야? 이곳에서 리무진을 타고 나섰을때가 너에게 가장 큰 행운이었는데..."
"7시간을 리무진을 타고 혼자 가기는 너무 힘들거같아 내일 비행기표를 예매했어.
농부 아저씨한테 인사도 못했고..."
주디는 알았다며, 카지노는 얼씬도 하지 말라 그럽니다.
농부 아저씨와의 약속은 3시쯤이어서, 그동안 뭐할까 하다 쇼핑을 하기로 합니다.
호텔을 나서니 사이사이 골목들에 명품샵이 즐비하네요.
여행 끝날때쯤 런던의 셀프리지나 해롯에서 할인을 하면 살려고했던 돌체앤 가바나 수트가 생각나서,
돌체앤가바나 매장에 먼저 들러, 신상 수트를 한벌 사고, 롤렉스에서 서브마리너 콤비를 하나 삿습니다.
여행하며 차고다니던 복대는 벗어던지고 루이비통에서 메신져백도 하나 구매했습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 아래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25세의 대학생이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샀습니다.
그래봐야 고작 1만유로 남짓 썻더군요. 한국가면 어떤 차를 살지 행복한 상상도 해봅니다.
어느덧 3시가되고 호텔 라운지에서 농부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오~제이슨, 주디에게 이야기 들었어. 크게 땃다며?"
그가 건내준 400유로를 시작으로 2억에 가까운 돈을 땃으니, 너무 고마워서 선물을 하고싶다고 했습니다.
선물은 됐고, 저녁에 선상파티 할건데, 다들 노친네들이라 너무 심심할거같다고, 파티를 취소할까 싶답니다.
그냥 홀덤이나 할까싶다더군요.
순간 나도 참가할께요 라고 말할려다, 주디의 말들이 떠올라 급하게 다른 의사를 전달해 봅니다.
"농부아저씨! 괜찮다면 저녁에 파티에 한국인 친구들을 불러도 될까요? 여긴 한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거든요"
"오~친구가 있었어? 자네 친구라면 환영이지."
물론 친구는 없었다. 니스해변이나 모나코를 거닐다보면 어디든 한국 대학생들을 볼 수 있었으니 그들을 초대해 볼까 싶었다.
할일이 있다며 저녁에 요트에서 만나기로하고 급히 니스로갔다.
주머니가 두둑해지니 자신감 급상승.
니스해변에 보이는 사이즈 괜찮은 한국 여자 여행객에게 대뜸 저녁 선상파티 초대를 했다.
이상한곳 아니고 어쩌다 프랑스 영감님들이랑 친해졌는데, 요트에서 맛있는거도먹고 술이 필요하면 술도좀 마시고 하자고.
한국인이 나뿐이라 같이 가실분들 초대중이라니까 몇몇이 흔쾌히 오겠다고합니다.
물론 무슨 젊은여자 영감들한테 팔아먹는 포주 쳐다보듯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전혀 그런의도 없었어요).
도박을 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돈을 따면 누군가에게 자랑을 하고싶고 돈이 쓰고싶어지죠.
그런 심리의 연장이었던것 같습니다.
저녁은 요트에 뷔폐가 준비될 예정이라 건너뛰고 마지막에 초대한 여성 두분과 몬테카를로 카지노에 있는
카페 드 파리 로 이동해서 파르페를 먹으며 담소를 나눕니다.
여자애들은 재잘재잘 궁금한 것들을 물어봅니다. 여기 사는거냐, 뭐하시는 분이냐 등등...
그녀들에게 꿈같았던 어제의 일들을 말해주니, 다들 엄청나다며 그럼 지금 주머니에 2억을 넣고다니는거냐고
막 물어봅니다.
지금에야 카지노 커뮤니티를 통해 카지노사이트에서 겜블을 한다는걸 숨기지만,
그당시에는 도박중독자가 될거라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고, 그냥 하루저녁 엄청난 행운으로만 생각했으니까요.
세상은 온통 제 중심으로 흘러가는것 같았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2억은 큰돈이 아니겠지만, 아니 제 부모님 입장에서도 2억은 아주 큰돈은 아니었지만,
25세 젊은 대학생에게 2억이란 돈은 엄청난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선상파티에 가니 저에게 초대받은 몇몇 여성들이 보였고, 그들을 따라온 남자녀석들도 몇명 보이네요.
딱히 접점이 없는 농부 아저씨와 그 친구들 그리고 한국인 관광객들은 아무 주제없이 그냥 먹고 마시고 파티를 즐깁니다.
그리고 그날밤 파티에 초대했던 아가씨중 가장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뜨거운 밤을 보냈습니다.
최고급 요리와 와인, 샴페인, 칵테일에 멋진 음악 그리고 선상에서 바라보는 모나코와 니스의 야경,
여행중이라는 해방감이 그녀와 저를 일탈로 이끌었던것 같습니다.
그녀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루즈함을 느끼고 사표내고 여행중이라 했습니다.
여자 혼자 여행이라니 멋져보이기도하고 지켜주고싶기도하고 그래서 더 끌렸나봅니다.
다음날 아침 룸써비스로 아침을 해결하고, 리무진을 불러 공항으로 향하기전 그녀의 숙소에 들러 그녀의 짐을 챙겨나왔습니다.
앞으로 일정을 같이 하기로했거든요.
공항에 가서 추가로 표를 더 구 할 수 있나 확인 했더니, 역시나 만석이라 표를 구할 수 없더군요.
그냥 리무진타고 바르셀로나까지 갈까하다가, 비용이 1400유로에 달한다는 이야기에 그녀가 만류합니다.
차라리 그돈으로 여기 호텔에서 하루 더 묵고 놀다 가자그러네요.
자기는 카지노 한번도 안가봤다며, 구경도 시켜달랍니다.
흔쾌히 그러자고 하고난뒤 차를 돌렸습니다.
3일동안 같은 호텔을 두번 체크아웃 세번 체크인 하니 리셉셔니스트가 아는척을 하네요.
호텔 레스토랑에서 정통 프랑스 요리를 먹고, 그녀가 가보고 싶다던 카지노로 향합니다.
적당히 1천유로정도로 즐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룰렛돌아가는거만 봐도 신기해 하던 그녀가 블랙잭을 해보자네요.
첫날의 행운이 정 반대로 다가온듯 20을 잡으면 딜러는 블랙잭 스플릿을 하면 15 16만 나와서 한장 더 힛하고 버스트
30분도 안되서 1천유로가 삭제됩니다.
1천유로만 더 하기로하고 다시한번 캐시인을 하고 바카라 테이블로 이동했습니다.
100유로씩 배탱 했음에도 이번에는 채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삭제당합니다.
마지막으로 3천유로만 하자 5천유로만 하자 그러던게 2만 유로를 잃었네요.
이제 슬슬 그녀가 저를 말립니다. 2만유로 한국돈으로 계산해보니 3천만원에 가까운돈 그녀도 정신이 번쩍든거죠.
제가 너무 쉽게 배팅을 하니 실제 돈이란 생각을 못했던듯.
아직 10만유로 가까이 남아 있었으니 여기서 그만하자고 자기랑 밖에 구경 나가잡니다.
아쉬웠지만 더하면 다잃을것 같은 두려움 테이블에서 일어섭니다.
명품샵을 돌며 그녀에게 소소한 선물을 해주고, 옷가지도 몇개 더 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저녁을먹고
호텔 바에서 술도 한잔 마시고, 또다시 그녀와 뜨거운 밤을 보냈습니다.
몇번을 괴롭혀서 그런지 그녀는 지쳐서 잠이 들었네요.
테라스로 나와 담배를 한대 피우고, 아까 카지노에서의 일들을 생각 합니다.
여자가 옆에 있으니 배팅에 허세가 들어가고, 집중하지 못해서 진거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담배를 피우며 밤하늘을 쳐다보는데 별이 아니라 카드가 떠다닙니다.
고민도 잠시, 3만유로를 챙겨 카지노로 내려갑니다.
시간은 새벽2시...기억하기로 새벽4시쯤까지 영업을 마쳤던것 같아서 마음이 다급했습니다.
시작은 순조로웠습니다. 500유로씩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다가 어느덧 1만유로쯤 복구를 하고,
복구한 1만유로를 한번에 배팅해서 낮에 잃었던 2만유로 모두 복구후 룸으로 올라가야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도박꾼들이 그렇듯 제 시드머니는 최초 300유로였지만 13만 유로였다가 2만유로를 잃었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습니다.
1만유로를 배팅할 찬스를 기다리던중 뱅커 장줄 필이 강하게와서 뱅커 4줄째에 뱅커를 올라탓습니다.
결과는 플레이어 네츄럴9 뱅커 네츄럴8
이번엔 플레이어에 1만유로, 플레이어 6 뱅커7 뱅커 윈.
카지노 귀신이 붙었습니다. 불과 4판만에 애초에 가지고온 3만유로+복구한1만유로가 없어졌습니다.
문뜩 누군가 쳐다보는것 같은 기시감에 고개를 돌려보니, 주디가 멀리서 고개를 저으며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개를 퍼뜩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룸으로가서 5만유로를 더 들고옵니다.
영업 마감까지 1시간도 남지 앉은 상황이라 마음이 다급했습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30분만에 오링...
남은 3만유로를 마저 캐쉬인 합니다.
4시 정각이 되고, 딜러가 'last 3 hands' 라고 말합니다.
심장이 쿵....내일은 룸에서 자고있는 그녀때문에라도 카지노를 다시 올 수 없고, 이미 10만 유로를 잃었는데
남은 게임은 단 3판....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집니다.
첫판 1만유로 뱅커 뱃 윈. 총 4만유로
다시한번 뱅커 2만유로, 뱅커윈 6만유로...
마지막판, 승리에서오는 도파민분비와 마지막판이 주는 압박감으로 인한 아드레날린이 서로 충돌하며
엄청난 흥분 상태가 됩니다.
'그래 어짜피...다 잃어도 난 원래 300유로로 시작했으니, 잃는게 아니야..'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작하며,
마지막 배팅에 6만유로를 몽땅 넣으며 올인을 외칩니다.
꺽이는 그림이라 플레이어에 밀어넣었습니다. 줄은 꺽지 말라 했지만,
도박꾼들이 그렇듯(항상 자신의 운을 시험하려들고 거기서 짜릿함을 느끼죠)
제 운을 시험해 봅니다.
결과는 플레이어5 뱅커6...
원사이드나 투사이드가 나와야 이길확룰이 있는셈...그림이 나온다면 그대로 종료...
딜러가 천천히 카드를 오픈합니다.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있는 가운데 주변에서 탄식이 텨져나옵니다.
6이 한장 더 떨어져서 현재상황 플레이어1 뱅커 6...
자리를 털고 일어 나려고 하는데, 딜러가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마지막 카드를 뽑아듭니다.
이틀전 저의 마지막 게임을 딜링 했던 그녀였습니다.
뱅커에 떨어진건 4...뱅커0 플레이어1 플레이어윈.
마지막 게임을 숨죽여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이 다같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어메이징은 이럴때 쓰는 단어라며 치켜세우고, 저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극도로 분비되어 겜블링 하이를 경험합니다.
아마도 이때 부터 저의 뇌는 도박중독이라는 이름으로 고장이 나버린것 같습니다.
멀리서 마지막 게임을 지켜보던 주디를 향해 거만한 미소를 보여주고, 칩을 바꾸고 룸으로 향했습니다.
세상모르고 자고있는 그녀를 보니, 긴장이 풀려서 잠이 쏟아지네요.
남은 여행 그녀와 행복한 여행을 보내자 다짐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기분이 업 되어 있는 저를 보며 그녀가 물어봅니다.
"밤에 좋은 꿈 꿧어? 기분 좋아보이는데?"
"응, 엄청 행복한 꿈 꿧어. 너랑 같이 여행하는 꿈..."
"에이 뭐야~~느끼해~~자기, 이제보니 완전 선수같아"
리셉션에 리무진을 요청해놓고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가서 가우디 건축물과 광장의 분수쇼를 보고, 마드리드도가보고, 파리를 들렀다가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예정되어있던 여행 경로였지만, 이전의 여행과는 모든게 달라졌습니다.
유스호스텔과 2~3성급 호텔에서 머물던 이전과 다르게, 5성급 호텔에만 머물고, 각 지역의 최고급 요리먹고
미슐랭 가이드를 뒤져보고(물론 예약이 단 한곳도 안되더군요;;), 버스대신 택시나 리무진을 타고,
고작 돈 2억이 저를 재벌로 만든 마냥 펑펑 써댓습니다.
런던에 도착해서 제일먼저 간 곳은 리츠호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런던의 최고급 호텔...
다행히 빈방이 있더군요.
그녀와 함께한 여행은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웠고, 밤은 뜨거웠습니다.
2주남짓 그녀와 여행하며 쓴돈은 무려 4만유로... 한국돈으로 6천만원을 썻네요...
돈에 대한 감각이 둔해졌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화에 "내가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즐거워 하는 그녀를 보며 저는 더 즐거웠습니다.
런던에서 2일째 되던날 저는 그녀에게 제안을 합니다.
런던의 매력에 푹빠졌고, 다시 오고싶었던 저는, 원래 부모님과 상의중이던 1년간 어학연수 아니면 학부입학 중,
해외유학 행선지를 런던으로 하기로 마음먹고, 그녀에게 한국에 돌아가면 3~4개월 정도 준비해서
내년초에 런던으로 유학을 오자고 했습니다.
선뜻 대답은 못하지만 싫은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현실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집안은 아버지는 고등부 교사 어머니는 중등부 교사였습니다.
먹고사는데 크게 지장은 없지만, 둘째딸인 그녀를 특별한 목적없이 유학을 보내줄만큼 여유롭지도 않았고,
회사생활 2년남짓하고 퇴사한 그녀가 큰돈을 모아두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좀더 고민을 해보자고 그 얘기는 뒤로 미루고, 남은 여행기간 좀더 많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어느덧 여행 마지막날이 다가왔고, 저와 함께 귀국할려고 비행기 일정마저 바꾼 그녀와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이대로 한국에 가면 그녀와 계속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들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서
잠이 오질 않더군요.
남은 돈은 7~8만유로, 둘이서 편안하게 1~2년 유학생활 하기에는 부족함 없는 돈이었지만,
그녀도 저에게 짐이 되기 싫다더군요.
라운지로 내려가서 음료를 한잔하며 잠시 고민을 하다가 리츠 클럽(리츠호텔에 있는 카지노)으로 향했습니다.
한 몇년 걱정없이 둘이서 유학생활 할 수 있을만큼 돈을 따보자 라는 심플한 계획...
파운드화 환전을 많이 안해둬서, 카지노 매니저에게 유로화 환전을 요청했습니다.
테이블에서는 유로화 캐쉬인이 안되더군요.
1시쯤 시작한 게임은 루즈하게 흘러갔습니다. 이용객이 생각보다 얼마 없어서
테이블도 몇개 열리지 않아 블랙잭 따고 잃고를 반복중인데, 백인 두명이서 오더니
바카라 테이블 오픈을 요청하네요. 당장 옮겼습니다.
카지노를 몇번 가보니 블랙잭은 승부도 크게 나지않고 시간도 오래걸리고,
재미로 즐기기에는 좋지만, 돈을 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게임.
빠른승부를 위해 바카라를 택했습니다.
앉자마자 내리 3판을 틀렸습니다.
처음 오픈을 한 백인 두명이 소근데더니 저와 반대로 배팅을 하더군요.
한판을 이겼지만, 다시 내리 3판을 졌습니다.
그녀석들은 저와 반대로 배팅해서 1판을 지고 3판을 이겼습니다.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하네요.
이제 배팅을 먼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녀석들이 잘 맞추는거같으니 기다렸다 따라가야지 하는 마음..
배팅을 안하고있으니 지들끼리 수근데다가 마지못해 배팅 하더군요. 그때 냉큼 같은 라인에 배팅을 했더니,
이녀석들 잽싸게 배팅액을 빼버립니다.
승률이 20%도 나오지 않더군요. 그나마 배팅액 조절로 크게 잃지는 않았지만, 저와 반대로만 가는 두녀석들 때문에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한방 먹여주고싶은 마음에 배팅이 자꾸 커집니다.
승률이 낮다보니 파지티브 마틴을 못하고 네거티브 마틴만 하게되고, 배팅액에 비해 돈이 따지질 않습니다.
어느덧 테이블은 만석이 되고, 저도 그녀석들을 의식하지않고 배팅을 했지만 좀처럼 게임이 잘 풀리지 않았고,
계속되는 의심병배팅으로 시드머니가 계속 줄어갑니다.
두시간 세시간이 지나고... 제앞에는 단돈 2800파운드와 절 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가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서 절 찾다가 내려와서 응원도 해보고 말려도 봤지만,
멈출수가 없더군요.
이미 제돈을 다 잃은 상태였습니다. 제앞에 있는 2800 파운드는 그녀가 가지고있던 남은 여행 경비와
카드로 인출 할 수 있던 돈 전부였습니다.
수만 파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억이 넘어가는 돈을 너무 쉽게 잃었고,
망연자실한 저를보며, 그녀가 저에게 돈을 내밀었습니다.
제덕에 여행 너무 편하고 즐거웠고, 이정도 돈은 너에게 줄수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 라며...
그러나 그 2800파운드 마저...너무나 쉽게 사라져버렸습니다.
급격한 무력감이 찾아왔고 앉아있을 힘조차 없어서 그녀와 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녀가 꼭 안아주며,
"괜찮아, 다 꿈이었다고 생각하자... 한여름밤의 꿈... 난 자기가 그냥 평범한 대학생인게 더 좋아."
"......미안해"
그녀는 제 등을 토닥여주다 이내 잠들었습니다.
저도 한시간쯤 잠들었지만 곧 깨어났어요...
모든게 너무 허망하게 사라져버린것 같았죠.
카드를 챙겨 카지노로 다시 내려갔습니다. 다행히 리츠 클럽은 24시간이더군요.
여행중 사용하라고 어머니께서 주신 카드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귀국하는날 새벽에 꺼내들었습니다.
600파운드씩 3번을 찾을 수 있었고,
1800파운드중 다음날 히드로공항까지 타고갈 택시비를 제외하고, 1700파운드로 다시 바카라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미련도없었고, 얼마를 따야겠다는 목표도 없었고,
그냥 당장 배팅을 하지 않으면 미치겠더군요. 적어도 그녀가 내밀었던 돈만큼이라도 찾아서 주고싶었습니다.
길게 끌 생각은 없었어요.
딱 3판만 맞추자... 찬스를 잡자....
그리고 때가왔다 싶었을때, 올인을 했습니다.
다행히 이겼습니다.
3400파운드...
둘째판 또 이겼습니다... 6800 파운드...
고민을 했습니다....올인이냐....아니면 그녀에게줄 2800파운드를 제외하고 4천파운드만 배팅 할것이냐...
고민은 길지 않았습니다.
all or nothing.
6800파운드를 밀어넣고 마지막 핸드를 지켜보았습니다.
딜러가 카드를 한장씩 오픈할때마다 제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뱅커에 배팅을 했는데... 플레이어 네츄럴9....
뱅커 카드오픈 첫장 1....
얼굴을 감싸쥐고 괴로움에 사묻혔습니다.
주디가 했던말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넌 오늘밤 큰 행운을 얻었고, 곧 카지노의 악마가 널 쫓을거야" 라는 그말이...
놀랍게도 뱅커 두번째 카드는 8...합이9 네츄럴9 타이...
불과 10초 사이에 지옥과 천국을 오가며 인생의 주마등을 느꼈습니다.
욕망보다 두려움이 커지니 도망쳐야 되겠더군요.
6800파운드를 들고 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가방에 3천 파운드를 넣어주고
나머지는 제 가방에 넣고... 그렇게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그녀는 이게 무슨돈이냐며 카지노에 또 갔다온거냐고 물어옵니다.
조금은 자랑스럽게...
"응, 가서 자기돈 다 복구하고 좀 따서 왔지..."
좋아 할 줄 알았던 그녀가 어딘지 모르게 슬프고 낯설게 보입니다.
"자기야...난 차라리 자기가 돈 다 잃어서 좋았어... 이제 다 잃었으니 도박 안할거 같았거든...
자기는 도박할때 자기가 어떤표정인지 모르지? 자기랑 함께 있어서 너무 행복한데, 난 노름꾼이랑
사귀고 싶진않아..."
할말을 잃었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큰돈을 바라지도 않고,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길 바랄 뿐이었던겁니다.
제가 돈이 많아보이고 여유가 있을때 처음 만났고, 그런부분에 끌림도 있었지만,
결국은 저라는 인간을 좋아해주었고, 저를 걱정해 주고있었던거죠...
11시간의 비행기 시간 내내 그녀는 제 손을 꼭 잡아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