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서 도박한 썰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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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에서 도박한 썰 4편

난 그게 정답이라는 걸 알았지.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직원들 거의 바로 옆에 있었거든? 부르고 오는데 한 50초 걸렸을 거야.

 근데 귀신처럼 누군가가 50초 사이에 내 돈을 채간 거지.


 차마 30만원 때문에 보안실 찾아가고 생난리를 피우진 못하겠더라.

 직원도 날 졸라 불쌍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고.

 나는 그냥 "OK," 하고 자리를 떴어.


 졸라게 우울했다.

 게임을 할 기분도 전혀 아니라서, 그냥 게스트 하우스에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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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베네치아. 본래 라스베거스에 있는 호텔인데, 마카오가 물이 좋다니까 여기에도 하나 지었다.

모든 인테리어가 라스베거스와 똑같다고 함. 중국인들이 여기 관광 졸라 온다.

베네치아처럼 건물 짓고, 호수 만들고, 곤돌라 띄우고... 전형적인 키치의 산물.




민박집에 틀어박혔다.

 그날은 도저히 잠을 못 자겠더라.


 도박해서 돈 잃은 건 괜찮아. 그렇다 쳐.

 그런데 내가 빙신 짓해서 돈 30만원을 공중에 날려버린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 차라리 도박해서 잃을 것이지, 그게 뭐야?

 고작 30만원 잃은 거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게 내가 빙신짓해서 잃은 거다보니, 완전 우울해지더라... 그렇게 우울했던 거 2년만에 처음이었음.


 도스토예프스키가 도박해서 돈을 다 잃은 다음에야, 자기가 가진 걸 탈탈 털어버린 후에야, 소설을 쓸 수 있었다지.

 어떤 시인은 그걸 보고 "마음이 다 덜어진 상태에서야 비로소 글이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는데.

 ㅅㅂ 아니야.


 도박과 관련해서 돈 잃으면, 가슴에, 심장 부근에, 새까아만 덩어리 같은 게 맺혀.

 분노, 우울함, 실망감, 자책감, 걱정, 한숨, 이런 것들이 죄다 응어리진 건데.


 이게 있으면 도저히 잠을 못자.

 글을 쓰지 않고는 못 풀어.

 이런 상태에서 글을 쓰면, 평소에는 감정과 생기가 전혀 없어 꼭 기계가 쓴 것 같던 소설에서

 막 감정이 튀어오르고 흐르고 맥박 치고 그렇게 되거든?

 ㅅㅂ 왜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이 그딴 식인지 알겠더라. 도박해서 그런 거야.


 그날 밤새서 단편 하나 쓰고.

 낮에는 픽, 쓰러져서 잤지.




 다음날.

 자고나면 우울함이 좀 덜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이건 졸라 오래 갈 우울함인 거였다.


 난 미리 계획했던 대로, 다시 카지노에 갔어.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미쳤나. 차라리 다 잃고 말지.


 미리 정해두었던 100만원에서 60만원이 이미 날아갔고.

 난 나머지 돈을 전부 뺐다. 이거 잃으면 난 돈 없는 거야. 물론 통장에 돈이 있긴 해도, 그건 안 써. 아직 중독이 아니니까.


 다시 호텔 리스보아로 갔다.

 여전히 퍽 고급스럽지 못한, 왠지 민중가요를 당장이라도 부를 것 같은 중국인들의 면상이 날 반겨주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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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정겨운 중국인들 얼굴. 말을 할 때는 더 정겹다. 매우 시끄럽긴 해도.

중국인들 아무 때나 옷 벗고 그러는데, 여기에도 루-울이 있음^^

오른쪽 사람처럼 빼빼 말랐는데 벗는 건 노매너. 배가 좀 동산처럼 나와줘서 보기 좋아야지 옷도 벗을 수 있다^^



좋았어.

 이번엔 서두르지 않았어.

 길게, 길게 가자고 생각했지. 원래 바카라는 3시간, 6시간, 10시간 앉아서 하는 거야.

 배팅할 때는 하고, 아니다 싶을 때는 30분이든 1시간이든 안 하는 거지. 사냥하는 사자처럼 기다릴 수 있어야 해.


 그래서 30분 동안 기다렸어.

 30분 되니까, 음, 뭐 한 번 걸어볼까? 하는 심정이 들더라고.


 어제는 8연속인가 왼쪽 떴다고 했지?

 이번엔 무려 11연속 왼쪽 뜨고 있었다.

 ㅅㅂ 그러니까 확률 잦까라 이거야. 세상에 어떻게 11연속으로 홀이 나오지? 도박에서 확률은 ㅈㄲ!




 이때부터 전설이 시작됐다.



 처음엔 3만원 갔어. 최소 금액. 날 쫄보라고 부르지 말아줘....

 너님이 그딴 식으로 60만원 잃어봐, 3만원 가지 않고 배기나...

 암튼 3만원.


딜러: ㅇㅋ?

나: ㅇㅋ.

중국인들: 쏼라쏼라.

딜러: ㅇㅋ. ㄱㄱ.


 오픈.


 여기서 재밌는 사실.

 왼편에 걸고, 오른편에 건다고 했지? 그럼 딜러가 카드를 뽑을 거 아냐?

 그런데 카드를 뒤집는 건 딜러가 하지 않아.


 무슨 소리냐 하면, 왼편에 건 사람들 중 가장 높은 금액을 건 사람한테 딜러가 왼편의 카드를 건네주고.

 오른편에는 오른편 나름대로 카드를 건네주는 거지. 플레이어들이 카드를 뒤집는 거야.


 사실 딜러가 뒤집든 플레이어가 뒤집든 상관없잖아? 근데 꼭 플레이어가 뒤집고 싶어해.(...)

 왜냐하면 그래야지 부정을 안 탄다고.(...)

 이건 한국도 똑같아. 미친 놈들...


 그래서 한 사람이 대표격으로 카드를 뒤집는데, 이걸 또 걍 뒤집지 않아요.

 살짝, 살짜악, 살짜아아아악, 카드 위쪽의 숫자만 빼꼼 보이게, 살짜아아아아아아악 뒤집어.

 보는 사람 조마조마하게 말이야.


 이 카드를 뒤집으면서 중국인이 "꽁! 꽁! 꽁!"이라고 연호하고.

 같은 라인에 건 다른 사람들도 "꽁! 꽁! 꽁!"이라고 연호하는데, 뭐 대박 나라는 뜻임.

 그래서 옆에서 한 200만원씩 배팅하는 할머니――도박에는 성별도, 나이도, 인종도 없다―가 꼬옹! 꼬옹! 하면서 뒤집는데.


 오케이.

 내가 이겼어.

 야아, 저 할머니 그림 잘 봐요.(...)

 대충 8연속 이기고 있어.


 중국인들이 반응이 되게 커. 할머니 막 좋아서 죽을 거 같아하고, 이번 판에 다들 몰려서 걸었으니까, 테이블 전체가 잔칫상이지 뭐.

 나는 슬그머니 "잘 됐네요, 마담. 당신에게 행운이 있어서 저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 행운이 계속 함께하기를." 라는 신사다운 눈길을 보내줬지.

 난 신사니까.


 아무튼 6만원.

 이번에 땄으니까 다음판에도 가자고? ㄴㄴ. 그런 초보 같은 짓은 네이버.

 또 천천히 기다려... 천천히. 감이 올 때까지. 확률이 높아질 때까지.


 3연속 왼편, 2연속 오른편, 5연속 왼편.... 이런 식으로 게임이 흘러가.

 이번판의 오피니언 리더는 할머니야. 염색약을 안 좋은 걸 썼는지 검은색이 영 거무튀튀한 할머니.

 100만원, 200만원 이렇게 가는데, 대충 3/4의 확률로 이기고 있어. 졸라 잘 하는 거지. 다섯 판마다 400만원은 벌고 있다는 소리니까.


 자.

 감이 왔어.

 이번엔 왼편이야. 분명히 그럴 것 같아.


 어라? 그런데 사람들은 죄다 오른쪽으로 가네?


 고민에 빠졌지.

 어제도 내 감 믿다가 잦 된 거 아니야.

 저 사람들은 다 도박꾼이야. 아저씨든 아가씨든 할머니든, 여기서 5년은 썩은 사람들이라고.


 저 사람들의 기술과 감을 믿지 않고, 이제 도박한 지 이틀 된, 나 같은 애송이가 자기 감을 믿어도 될까?


 딜러가 다들 배팅했냐고 물어봐.

 난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손짓했어.(별로 좋은 짓은 아니다.)


 아마 고민의 시간이 4초 쯤 됐을 거야.

 뭐가 나로 하여금 결정을 내리게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난 왼편에 걸었어.

 이번엔 10만원.

 원 모어 타임 독고다이.


딜러: 다 됐습니까?


 고개를 끄덕였어.

 딜러가 카드를 나눠줬어. 아마도 나부터 나눠줬던 거 같아. 왼편에 건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내가 대표가 됐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조마조마하게 카드를 뒤집는 것과 다르게, 그냥 카드를 받자마자 뒤집었어.

 그러니까 중국인들이 놀랍고 재밌다는 듯이 웃더라. 나도 웃었지.


 하지만 패는 높았다.

 내가 이길 확률이 70%는 되는 패였어.

 물론 여러분, 70% 따위는 도박판에서 확률도 아닙니다^^

 그래도 30%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중국인들은 아마도 내가 초보라서 그렇게 뒤집었다고 생각하거나, 배짱이 두둑한 새끼라서 그랬다고 생각했을 거야.

 물론 전자였어. 카드 뒤집는 것에도 기술(...)이 있는데, 난 그거 잘 못하거든ㅋㅋㅋ;

 어설프게 뒤집느니 차라리 배짱 있는 놈으로 비추는 편이 낫다 싶었지.


 좋아.

 이제 오른편에 거신, 중국인 분들의 턴.

 할머니가 조마조마하게 카드를 뒤집었어. 주위 사람들 역시 꽁! 꽁! 꽁! 을 연호하고 있고.

 그 때문인지 나도 조마조마하더라. 입가엔 신사다운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지만.(쫄리면 지니까. 뭐가 지냐고? 몰라. 그냥 지는 거야.)


 카드가 뒤집혔어.


주위에서 탄성 소리가 터졌다.

 나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고.

 할머니가 울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 하듯 웅얼거려.



 내 승리였다.



전적: 2전 2승.

결과: 순이익 13만원.



-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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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ㅅ
겨털파크 11:22
ㅅㅅㅅㅅ
빵댕이부자 11:21
아시러 ~!
빵댕이부자 11:21